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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예산에도 성별이 있다
edaily | 2019-08-26 05:00:00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숫자엔 성별이 없지만 예산엔 성별이 있다. 가장 유명하고 쉬운 예시가 화장실 문제다. 여성은 남성보다 화장실을 자주, 오래 이용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남여 공중화장실 크기와 변기 숫자를 같은 규모로 만들면 공평하지만 공평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성인지(性認知) 예산제도는 이처럼 예산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성평등한 방식으로 예산을 쓰기 위해 도입됐다. ‘성인지 감수성’을 나랏돈 쓰는 데도 적용해보자는 취지다. 한국에서는 2010년 회계연도(2009년 작성)부터 도입해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18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을 보면 한국의 성인지 예산제도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50개가 넘는 목표를 세우고 80%가 넘는 달성률을 보인 부처가 있는가 하면 단 하나 뿐인 목표 조차 지키지 못한 부처도 있다.

성인지 예산사업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정책목표인 경우도 있다. 굳이 성별을 나누어서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없거나 이미 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정책에도 ‘성인지 예산제도’ 딱지를 붙여 숫자만 늘린 사례다.

특히 통계청은 지난 2016년부터 기재부·여가부 등으로 구성된 성인지 예·결산 관계부처 상설협의체에 불참하고 있다. 제도가 굴러가기 위해선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지자체 예산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2016년 단 한차례 참석한 것을 끝으로 2017년 이후 협의체에 불참하고 있다.

근간에는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무관심이 있다. 지난해 성인지 예산사업 목표가 단 한 개 뿐임에도 이를 지키지 못한 한 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성인지 제도라는 걸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부처의 성인지 예산사업은 해당 과에서 담당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다. 확대재정 기조에 따라 513조원대에 달하는 예산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평등은 구호가 아닌 실천에서 나온다.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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